아빠와 싱가포르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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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서 배운 인생 교훈

갑작스러운 싱가포르 여행

처음으로 아빠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목적지는 싱가포르였다.


주말에 만나 함께 불고기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예상치 못한 여행이 결정됐다.


: 여행 가자!

아빠: 언제 갈까?

: 나는 내일도 가능하지~ 아빠가 바빠서 맨날 안 되잖아

아빠: 그럼 내일 가자

: ????


그렇게 우리는 준비할 시간도 없이 떠났다.


여행 중 들은 아빠의 청춘 이야기

여행 자체도 즐거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빠가 들려준 20대 시절 이야기였다.


아빠는 스무 살 때 명동의 한 구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느 날,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도 새벽에 일찍 출근했다고 한다. 당시 1990년대 초반, 그 가게는 모든 구두가 한데 뒤섞여 있어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었다. 손님이 마음에 드는 구두를 발견해도 원하는 사이즈를 찾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결국 구매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빠는 이것이 매출에 직결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 자발적으로 출근해 모든 구두를 종류별, 사이즈별로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날 사장님이 출근해서 변화된 가게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사장님: 이게 다 뭐야? 이것 좀 봐라! 최소한 이 정도는 일해야 하지 않겠어?

자네, 오늘부터 월급 70만원이다.


그 당시 아빠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월급 35만원을 받고 있었는데, 하루 아침에 정직원과 같은 70만원으로 올랐다. 아빠가 만든 '구두 찾기 시스템' 덕분에 가게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새벽 시장의 발견

또 다른 놀라운 이야기도 있었다. 구두가게 정규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였지만, 아빠는 매일 7시부터 출근했다. 그 시절 명동에서 아침 7시에 문을 여는 가게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일찍 출근한 이유는 명동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퇴근하는 시간이 바로 그때였던 것이다. 문을 연 가게가 하나도 없는 명동 거리에서 홀로 불이 켜진 아빠의 구두가게를 발견한 그녀들은 퇴근길에 들러 구두를 구경했고, 대부분 최소 2-3켤레씩 구매했다.


"그때 그 누나들은 돈이 많았어. 밤새 일하고 피곤할 텐데도 구두에 관심이 많더라고."


정규 영업 시간인 오전 10시가 되면 이미 하루 평균 매출을 훌쩍 넘은 금액이 기록되어 있었다. 놀란 사장님은 아르바이트생인 아빠에게 가게 열쇠를 맡기며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군 전역 후

열정적으로 일하던 아빠는 군 입대를 해야 했다. 사장님은 "전역하면 꼭 돌아와. 함께 사업을 키워보자"라고 약속했다. 3년 후, 전역한 아빠가 구두가게를 찾아갔을 때, 가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명동 거리는 아빠가 기억하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때 많이 실망했지.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런 거더라. 새로운 길이 항상 있어."


여행 중 들었던 아빠의 이야기는 단순한 추억을 넘어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주는 이야기였다.

싱가포르 여행 사진